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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웃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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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라는 표현은 정신적인 무엇인가가 드러나는 통로를 뜻한다. 그래서 동양에서 관상은 족상, 수상 등의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졌다. 종종 기계에 페이스, 바디 등의 표현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화면을 페이스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징후로 보이기도 한다. 블랙 페이스라고 불리우는 모니터 화면은 종종 무방비 상태에서의 사용자 얼굴의 디폴트 값을 드러낸다. 일반적으로 카메라 렌즈 앞이나 거울 앞에서는 약간의 근육을 사용해서 어떤 표정을 짓기 때문에 자신의 관상을 착각하게 되고 자기 얼굴의 기본값을 남보다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다 잠시 예기치 못한 장면에서 화면이 어두워졌을 때 모니터의 액정은 자기 얼굴의 디폴트 값을 그대로 드러낸다. 주말에 편하게 누워 드라마를 보다 화면에 비친 자신을 보고 종종 현타가 온기도 한다. 가짜 얼굴(fake face)을 시시때때로 만들어 배포하는 사이트들을 방문하면 모두 사진이미지를 제공 한다. 입체감이 없는 사진 이미지이지만 그 표정이 너무 생생해서 이것이 가짜 얼굴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도 좀더 생생함을 더하기 위해 이 가짜 얼굴을 맵핑하 3D 얼굴로 바꿔주는 어플리케이션들을 이용해 입체감을 주면 존재하는 얼굴에서 살아 있는 얼굴의 단계로 넘어간다. 그런데 이러한 어플리케이션의 표정 디폴트 값은 무표정이 아닌 살짝씩 웃는 얼굴이다. 이건 일반적으로 인간이 거울을 보다 자기 표정의 기본값을 견디지 못하고 입꼬리에 살짝씩 힘을 주는 것과 닮아 있다.